커피에 대한 사람들의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카페에서 구매하는 것이 아닌 직접 추출도구를 구매하여 집에서 홈카페를 즐기는 인구가 많아졌습니다. 지식과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더욱 신선하고 나은 품질의 커피를 마시기 위해 더 다양한 종류의 원두를 직접 구매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조건을 확인하게 됩니다. 먼저 원두의 맛과 캐릭터를 결정하는 생산지(국가 및 떼루아), 그램당 가격, 로스팅 스타일, 마지막으로 로스팅 날짜를 고려하게 됩니다.
수많은 원두 판매몰의 광고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홍보 문구가 바로 "당일 로스팅"입니다. 때때로는 매장에 찾아오시는 손님도 매대의 원두를 확인하시고는 "3일이나 됐네"라고 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과연 당일 로스팅한 원두가 최상의 한잔을 위한 최적의 요건인지와 로스팅 날짜로부터 다양한 시점의 원두의 컨디션 변화를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로스팅 과정에서 생두의 변화
로스팅기를 통해 로스팅을 하는 과정에서 생두 내에서는 다양한 화학적 변화가 일어납니다. 여러 가지 맛이 발현되고 이 과정에서 내부의 수증기가 증발하면서 내부에 기공이 생기며 이산화탄소와 같은 가스가 나오면서 가벼워지고 크기도 커지게 됩니다. 로스팅 과정 마지막부에 팝이라는 현상이 있습니다. 원두가 순간적으로 팽창하면서 가스를 내뿜는 과정인데요, 이 과정과 로스팅이 끝난 뒤 원두를 식히는 쿨링 과정을 지나고 나서도 배출되지 못한 가스는 원두에 잔류하게 됩니다.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가스는 분쇄 후, 그리고 추출 과정과 결과물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요소를 방지하기 위해 "디게싱(Digassing)"이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2. 디개싱 : Digassing 이란?
탈기(脫氣) : 말 그대로 기체를 제거한다는 말로 원두에서는 로스팅 과정에서 발생하여 빠져나가지 못한 가스를 제거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생각보다 과정은 간단합니다. 밀봉된 원두를 그대로 며칠간 방치하는 겁니다. 다만 주의할 점은 원두 내부에서 배출되는 가스를 외부로 빼냄과 동시에 외부에서 유입되는 산소를 차단하여 원두의 산패를 막아야 합니다. 꽤나 어려운 방법일 것 같지만 이미 우리는 사용하고 있고 또 쉽게 인터넷을 통해 구매할 수 있습니다.
많은 매장에서 판매하는 원두 봉투에 부착된 아로마 밸브와 원두보관 용으로 시판 중인 진공 밀폐용기 등은 내부의 공기는 밖으로 배출하고 외부 공기의 유입을 방지하는 단방향 밸브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단방향 밸브는 내부의 압력이 외부보다 높을 때 효과적이며 반복해서 원두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계속 산소가 유입되기 때문에 원두가 많은 경우 사용할 만큼씩 소분하여 보관하는 것이 원두의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3. 최상의 원두 컨디션 시점은?
매장에서는 소비할 만큼의 원두를 소량씩 로스팅하기 때문에 보통 로스팅 후 3-5일 된 원두를 사용하며 최대 소비기한은 최대 3주 이상을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실제 매장을 운영하며 주기적으로 에스프레소 머신 세팅과 핸드드립 컨디션 체크를 하면서 경험한 주관적 관점으로 정리를 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최소 로스팅 한지 2~3일 지난 원두 사용하기
- 소비할 원두가 없는 경우 로스팅 당일 직후 사용하여도 상관없지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가스가 추출 프로세스를 방해하여 원두가 가진 고유의 맛과 향미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2) 아로마 밸브와 전용 용기가 있다면 경과를 지켜보기
- 디개싱 이후에도 원두는 보관방법 온도와 같은 요인으로 인해 향미가 깊어지고 맛이 더 선명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다만 원두가 취약한 습도와 직사광선, 높은 온도를 피해 습하지 않은 냉암소에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주마다 변화하는 맛을 직접 추출하며 느껴보는 것도 본인의 입맛에 맞는 원두의 포인트를 찾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3) 가급적 분쇄원두보다는 홀빈(분쇄되지 않은)으로 구매하기
- 원두의 숙성과 디개싱은 홀빈 상태에서 진행하는 것이 기본이며, 신선하고 퀄리티 좋은 커피를 얻기 위해선 추출직전 홀빈을 분쇄하여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입니다. 집에 그라인더가 없어서 분쇄원두를 구매해야 하는 경우 반드시 보관용기의 밀폐 유무와 최대 한 달 이내의 소비기한을 지키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 스타벅스나 기타 로스팅 설비가 국내에 없는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1달에서 길게는 6개월이 지난 원두를 매장에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고품질의 보관백을 쓰거나 로스팅 포인트를 높게 잡음으로써 최대한 변수를 통제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지만, 로스팅 일자보다는 보관방법과 원두의 형태에 더 포인트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합니다.
정리하자면 홀빈 상태의 전용용기에 포장된 원두라면 로스팅 날짜로부터 일주일 정도의 것을 구매하여 한 달 이내에 소비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물론 여분의 소비할 원두가 있고 스페어용의 원두를 구매하는 경우에는 당일 로스팅된 원두를 구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커피의 맛은 원두가 70% 좌우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너무 오래된 원두가 아니라면 로스팅 날짜에 연연하기보다는 보관방식과 추출 방법에 중점을 두는 것이 더 나은 커피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